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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0 [DT 시론] 불확실성의 시대와 똘레랑스 - 이정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DT 시론] 불확실성의 시대와 똘레랑스
이정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1975년에 출간된 갈브레이드의 `불확실성의 시대'는 그 이전 시대의 경제사상이나 현상 속에 있었던 확실성을 현대로 오면서 나타나는 불확실성과 대비하는 의미에서 붙인 제목이었다. 내용상으로는 애덤스미스, 리카도, 맬서스와 같은 고전경제학파 그리고 그 이후 마르크스와 레닌, 화폐의 발명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케인스 등을 다루면서 새로 태어난 경제학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제거하거나 줄여나갔는지를 짚어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현대가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얘기할 때는 경제학과 경제현상의 측면보다는 기술 변화의 속도나 사회 환경의 변화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BT, IT, NT 등의 기술의 발전,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 속도는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라졌고 이에 병행하여 국제화와 세계화 등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진 측면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면서 원래의 경제학적인 내용보다는 그 제목이 주는 함의로 인해서 이제는 일반화된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어떠한 시각에서 보건 현대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대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한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으며 비싼 돈을 지불하고 산 휴대폰을 1~2년 사이에 바꾸면서, 우리의 평균 수명은 우리 위의 세대보다 더욱 길어지리라고 예상하면서 살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생활방식과 사회를, 원하건 원하지 않건 변화시키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똘레랑스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는 톨러런스(tolerance)로 발음되지만 프랑스어 발음이 더 많이 알려져 있고 `관용'으로 번역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운동의 기치로 내세워지고 있다. 1572년에 가톨릭과 위그노의 갈등으로 인한 성 바돌로뮤 축일의 대학살 이후 유럽의 지식인들이 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를 존중하여 주자는 맥락으로 사용되며 언어적으로는 우리말의 관용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원래의 의미를 살려서 공학에서는 허용되는 오차 범위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며 재정학에서는 위험과 관련한 감내 수준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주위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논리적으로는 이를 감내하는 똘레랑스가 높아져야만 한다. 관용이 높아져야 하고 허용 오차의 범위를 넓게 잡아야 하고 감내 수준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주위 환경조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데 결정을 쉽고 확실하게 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똘레랑스의 수준을 높여 상황과 조건의 변화를 주시하면서 다른 사람들이나 그룹, 또는 대안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똘레랑스가 높아지지 않으면 잘못된 결정과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게 된다.

최근의 뉴스들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의 불확실성 지수는 무척 높아진 것 같은 데 이에 대응하여 우리의 개인적 사회적 똘레랑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익명성의 가면 뒤에서 상황과 조건을 확인하지도 못한 불확실한 소문을 듣고 이에 대한 질시와 적개심을 바로 발현하는 것이 사회적 똘레랑스라면 이러한 집단 매도에 못 견디고 포기하는 것은 개인적인 똘레랑스에 관한 것이 아닐까? 이익집단으로서의 집단행동들도 과격해 지고 직접적이 된 것을 보면 혹시 옛날의 똘레랑스 수준보다도 더 낮아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게 될 인터넷 시대에 우리의 개인적, 사회적 똘레랑스를 어느 정도 허용 오차안에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지 생각해 본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교육의 미래 방향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약일까?

Posted by 빠른불곰 - 가치를 만드는 지식 혁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