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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검사·변호사 등 우리나라에서 사법시험을 통과한 수만 명의 법조인 가운데 한 사람의 이력이 도드라진다.

김&장 법률사무소의 박준기(36·사진) 변호사는 미국 하와이의 칼라니 고교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했다. 미국에서 로스쿨을 마치고 미국변호사 자격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 사법시험에 합격한 유일한 법조인이다. 그는 1985년 대구동중학교 2학년때 가족과 함께 미국 하와이로 이민을 떠났다.

“대학 진학 때까지만 해도 자연과학 분야가 내성적인 제 성격과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 등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의와 평등 같은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법에 흥미가 생기더군요.”

그러면 미국에서 로스쿨을 가면 되지 왜 한국에 왔을까.

“하버드대에도 풍물놀이패가 있어요. 거기서 활동하면서 한국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미국 로스쿨보다 한국 사법시험을 보는 게 훨씬 낫다고 봤고요.”

대학 졸업 뒤 마침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정책의 하나로 만든 국제관계 전문공무원으로 특채됐다. 1996년 2월부터 법무부 검찰사무관으로 일했다. 장관 통역과 국제조약 문건 검토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체계적인 법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듬해 그는 공군 학사장교로 군에 입대했다. 미국 영주권은 포기했다. 2000년 제대한 뒤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 사시 준비에 들어갔다.

“요령도 없고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어서 암담하더라고요. 심지어 함께 스트레스를 풀 사람도 없었죠. 고시원 생활이 감옥 같아 주말엔 서울 외삼촌댁에 가서 놀았어요.”

2001년 1차에서 떨어졌지만 2002년에 재도전해 1·2차를 연달아 합격했다. 2003년 34기로 사법연수원에 들어갔으며, 2005년부터 김&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국내 기업을 외국 법원에서 방어하는 국제소송 업무를 맡고 있다. 영어가 약한 국내 변호사와 국내법을 잘 모르는 외국 변호사 사이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미국 대형 로펌이 패소가 확실시된다고 단언했던 사건도 국내법상의 특이한 법률절차를 찾아 승소하기도 했다.

그는 조기유학이나 법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로봇은 논리만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램돼 있지만, 인간은 논리와 더불어 합리를 추구한다고 하죠. 법조인이 되려면 논리력을 키우는 훈련뿐 아니라 법 공부 외에 다른 경험을 두루 하면서 합리성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글=박성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