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1.27 시골의사 박경철..
  2. 2008.09.22 시골의사 박경철의 '공부법'
이시대에.. 박경철 같은 인물이 있어좋다.
그의 겸손도 좋고.. 특히 무뚝뚝함이 좋다...
글읽고 쓰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그 자세가 좋다.
나에겐.. 옆에서나마 좋은 멘토가 되어 가는 그런분이다...

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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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시골 의사 박경철
[우기자의 로그인]
"빚 내서 주식하시는 분들 빚부터 갚으세요"
대학때 타임·뉴스위크의 학면 보다가 美 증시·경제 공부하게돼
지금이 종부세 논쟁할 땐가?… 머리 맞대고 위기 대응 나서야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사진=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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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금융사에 근무하는 지인이 보내 주는 레터에 이따금씩 ‘시골의사’의 글이 첨부돼 오기도 했다. 기자가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그도 기자에게 다가오지 않았지만 그는 이미 여기저기에 출몰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그의 신간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읽게 됐다.

실용서인 그 책의 행간(行間)에 그의 심성이 배어 있었다. 그는 ‘로그人’에 이름을 올릴 만 해 보였고, 의술과 경제평론을 넘나드는 재능은 가독성까지 담보할 듯 했다.

하지만 그를 인터뷰하게 한 결정적 동인(動因)은 어려운 글을 쉽게 풀어 쓸 줄 아는 글솜씨였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의사의 필력이 이 정도라면 글로 밥을 먹고 사는 이들의 민망함을 필설(筆舌)로 둘러 댈 방도가 없어 보였다. 도대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기에 외과의사를 하면서 증권사 직원들을 앉혀 놓고 경제 전망까지 내놓는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하루에 몇 시간이나 주무십니까?

▦몸은 살 찌고 미련해 보여서 잠을 많이 잘 것 같지만 적게 자는 편입니다. 의학적으로 잠을 덜 자면 살이 찐다고 합니다. 4~6시간 자고 짬잠이 피곤하면 눈을 붙입니다.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은 선생님의 원래 직업이 외과의사인데 요즘은 증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경제 평론가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저작도 잇따라 하시고요. 보통 사람은 한 가지 일도 하기에 벅차서 허덕 거리는 경우도 많은데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것저것 하는 것을 ‘박이부정’(博而不精)이라고 하죠. 한가지 집중해서 잘 하는 사람은 그 일 하기도 바쁘지만 저 처럼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여러가지 하는 거지요.

하지만 누가 그의 글을 읽고 ‘박이부정’ 운운하랴. 사람 기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외과의사로서 진료는 보시죠?

▦토,일,월요일 3일은 안동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합니다. 나머지는 서울에 올라와 있고요.

-그러면 언제 쉬십니까?

▦그냥 이렇게 사람 만나는 게 쉬는 거지요. 뭐.

-의사라는 직업과 경제평론가라는 두 가지 직업이 선생님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입니까?

▦경제현상이나 투자논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취미 생활입니다. 사람들은 취미가 다양한데 개중에는 취미가 이상하거나 괴벽을 가진 사람들이 좀 있어요. 학교 선생이 에베레스트에 오른다든지, 경비원이 국전에 당선하는 경우가 있듯이, 제 경우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취미 삼아 투자원리나 경제이론에 대해서 관심을 갖다 보니 도가 지나쳤습니다. 그냥 그런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직업은 의사고 나머지 활동은 취미인데 그 나머지에 대해 오해와 거품이 좀 있지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먼저 읽고,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읽어 보았는데 두 책이 전혀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두 권을 잇는 묘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연결고리를 대중에 대한 애정이라고 해석해도 좋을까요?

▦애정이라는 표현은 부적절 할 테고….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 살아가는데 불가(佛家)에서는 그런걸 대대관계(對待關係)라고 하죠. ‘상대가 있으니 내가 있는 것이지 나 혼자 독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의미인데 우리는 종종 공존을 잊어버리고 독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내가 잘 낫기 때문에’ ‘내가 부자이기 때문에’ ‘내가 노력했기 때문에’라는 독존적 시각을 갖다 보니 세상이 거칠고, 황량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기껏 좋은 소식이라는 게 스포츠 선수 메달 따는 것 정도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공존의 의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죠.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공존의 자세이고, 경제전문가로서는 투자자들에게 ‘불바다, 가시밭 길을 피해가라’고 경고판을 세워주는 것이 공존의 길 입니다. ‘내가 전문가니 내 말을 들으시오. 그리고 대가를 지불하시오’ 라고 하면 독존이 될 겁니다. 저는 공존의 길에 관심이 있고 개인적으로 공진화(共進化:여러 개의 종(種)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여 가는 일)를 믿는 편입니다.

-선생님도 주식투자에서 손해를 본 경험이 있으시죠?

▦있죠. 많죠.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읽어 보면 주식투자에 대한 요령서라기 보다는 경제 현상과 그 근거, 구체적인 수치나 역사적 배경까지 곁들여져 있는데다 전공한 이들이 쓴 책 보다도 쉽고 내용이 탄탄하던데 경제 공부는 어떤 동기에서 하시게 된 건가요?

▦대학시절 투자이론을 처음 접했어요. 제가 80년대 중반 학번인데 과목 중에 의학영어라는 과목이 있었어요. 그 때 과제가 타임, 뉴스위크에 나오는 의학면을 번역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는 거였어요. 그 때만 해도 타임이나 뉴스위크는 비싼 잡지여서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 다른 면도 보게 됐는데 한 주 건너 한 번씩 헤드라인에 펀드, 자산시장, 주가상승, 랠리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경제 면도 아니고 표지기사로 말이에요. 용어는 이해를 잘 못해도 미국인들이 연기금, 퇴직연금 등에 투자한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는 어떤가 보니까 광화문곰, 백할머니 같은 큰 손들이 회자되고 있었고, 그 외에는 장바구니 들고 객장 찾는 아주머니, 복부인들이 참여하는 이상한 시장이었어요.

그걸 보고 ‘우리는 미국 보다 20년, 일본 보다 10년 정도 늦었다’고 생각했어요. ‘이 공부를 해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다’고 관심을 가지게 된 거지요. 그런데 20년이 지나니까 우리 나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도래한거예요. 그 때 대구시내 제일 큰 서점에 갔더니 주식관련 서적이 3권 있었어요.

‘이평선이란 무엇인가’ ‘주가수익의 마술’ 등 이었던 것으로 기억돼요. 그래서 증권사를 찾아가 봤죠. 증권사에도 전문적인 자료라고는 전혀 없었어요. ‘증권사 직원들도 공부하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에 미국에 있는 선배에게 부탁해서 관련서적을 구입해 공부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제가 쓴 책의 내용이 ‘탄탄하다’는 평을 해준 것은 고마운데 논어에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하고 배우지 않으면 어리석다’는 얘긴데 내 경우가 그렇습니다. 생각만 많이 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거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서 배운 논리적 기반이 제게는 없어요. 독학을 하다 보니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 비해 돌출한 부분이 있고, 그게 관심을 받거나 신선해보이는 측면이 있을 겁니다. 메이커 상품 사이에 불량 상품이 하나 끼어 있으면 그게 맛있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런데 웬 사람들이 그렇게 불량상품 맛을 못 봐 안달일까? 기자도 그 대열에 동참하고 싶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는데요.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보면 ‘2008년 조정은 소리 없이 그리고 거칠게 다가왔다. 기간이 얼마가 걸리건 이 침체가 마무리되면 2002년의 반등과 같은 양상이 아니라 새로운 슬로건을 내건 파격적인 상승이 이뤄지겠지만 대중은 그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라 계량경제학에 대해서 깊은 비중을 두지 않고 있고, 제 사고의 틀은 일반적인 경제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사고의 틀과는 다릅니다. 투자자의 논리로 시장을 바라보는 측면이 강하고요. 제가 작년 9~10월 사이 상하이지수가 5,000포인트 넘어 가던 시점에 ‘2,000포인트 이하로 내려 가는게 정상’이라고 했어요.

제가 말하기를 ‘중국 증시는 똥 밭에 눈이 내린 거다. 눈이 녹으면 사방이 똥 밭이다. 다우지수는 무조건 1만 포인트 깨진다. 한국은 1,400~1,500사이에서 조정을 받고 그 이후에 반등을 할거다’라고 했어요. 지금 돌이켜 보면 미국, 중국 상황은 투자자의 직감으로 맞췄는데 착각했던 것은 우리나라가 1,400~1,500포인트을 지지선으로 해서 하반기에는 방향을 바꿀 거라고 한 거예요. 지나치게 낙관적이었어요.

이렇듯 전망이나 예측은 의미가 없어요. 그냥 ‘투자자의 입장에서 거품의 징후가 강하게 느껴졌다’고 해명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이번 사태의 본질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만 지나치게 바라보고 있다는 거지요. 환율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가만히 보면 선진국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펀드런(Fund run:펀드의 대량 환매) 즉 자산가치 하락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뱅크런(Bank run:예금의 대량 인출)이라는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경계하고 있어요. 심지어 가장 건전하다는 독일 마저도 은행을 불신해서 국가가 예금을 지불 보증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 펀드런을 걱정하고 있죠.

‘그러면 우리의 예금, 집값은 과연 안전할까?’ 생각해 보면 섬뜩할 때가 있어요. 왜냐하면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신용위기가 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저 개인적으로는 중소기업이나 가계의 채무구조상 신용위기는 필연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랬을 때 ‘2차금융 기관의 부도는 막을 수 없지 않겠냐’는 생각이고, 낙관론자들은 ‘은행은 이 위기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부동산 값이 최소 40%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은행까지 전이되지 않는다’는 건데 미국을 봐서 알겠지만 신용위기라는 것은 합리적 견해가 아니라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돈을 찾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입니다.

가계나 중소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은행의 채무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공포가 전이되기 시작하면 신용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은 끝을 예측할 수 없는 겁니다. 너무 극단적 공포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안되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시장을 봤을 때 ‘미심쩍다’는 생각이 안 들어야 되는데 곳곳에 미심쩍은 부분이 눈에 띄어요.

-책이 발간된 날짜가 10월 1일 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예견은 훨씬 전에 하신 셈인데 이번 사태가 어떻게 수습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주식 보다 부동산이 더 문제에요. 왜냐하면 주식은 자기 손실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주식 투자자들은 실패하면 ‘내가 어리석었다’ ‘욕심을 냈다’ ‘주식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구나’ 하고 반성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동산 투자자들은 실패의 원인을 외부로 투사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특히 아파트라는 것은 부자냐, 중산층이냐, 서민이냐를 규정하는 하나의 상징체계에요. 기호로 보면 ‘나는 서민’이라고 하면 전세살기 때문에. ‘중산층’이라고 하면 강북에 아파트가 있어서. ‘부자’라고 하면 강남에 아파트 있다고 해요.

강남에 40억 짜리 아파트 가 20억으로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중산층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는 노무현 정권 때 내집 마련을 위해 무한 대출을 해줘서 마련한 거예요. 중산층 진입을 꿈꿨던 사람들은 60, 70%까지, 심지어 저축은행에서까지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마련했어요.

그건 내가 중산층으로 진입했다는 자긍심이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 값이 덜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수급은 넘치지만 사람들이 부동산을 놓지 않기 때문이에요. 놓는 순간 중산층에서 서민으로 넘어가기 때문인데 그것은 한계가 있어요.

지금처럼 이자가 늘어나서 한계가 왔을 때 그걸 놓으면 집값 하락이 이어지고 그 사람들이 입을 정신적 상처는 심대할 겁니다. 주가가 2,000에서 500이 된다 한들 주가하락으로는 손실을 볼 뿐이지만 주택을 팔아치우게 되면 사회적 아노미가 옵니다.

질문의 핵심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건지, 아니면 말이 길어지다 보니 논점이 흐려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기자는 그의 말을 끊고 다시 한번 질문의 의도를 짚었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합니까?

▦ ‘사회ㆍ문화ㆍ정치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서 대처하지 않으면 헤쳐나가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나를 괴롭히고 있어요. 아직 현실화 하지 않았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고 대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문제는 경제 현안에 정파 이데올로기의 색채를 덧 입힌다는 겁니다.

아주 나쁜 버릇인데 대표적인게 종부세에요. 종부세 폐지? 그런 정책 내놓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이 그 논쟁할 때냐? 온 세상이 뒤집혀 있는데 ‘폐지하자’ ‘말자’고 싸우는 것은 ‘왜적이 동래성에 쳐들어왔는데 대비가 상복을 입느냐,마느냐’고 논쟁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겁니다.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인천공항공사만 해도 그래요. 정부에서 공사를 매각하자고 했을 때 언론이 알고 침묵했다면 언론도 나빠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알짜 공기업을 ‘해외매각 하겠다’고 했을 때 야당을 비롯해 반대자들은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됐다’고 했는데 후진국에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왜 알짜공기업을 급하게 해외 매각하는 걸까?’ 생각하면 ‘나라에 달러가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 아녜요? 그 때 환율이 1,000원 할 때에요. 정부는 정부대로 ‘음모다, 뭐다’ 하고 싸웠는데 그러지 말고 대통령이든 총리든 야당대표 찾아가서 협조를 구하고, 야당대표도 쉬쉬 해주면서 모른척하고 협조해야 했어요.

그러다 결국 쓸데 없는 종부세논쟁, 론스타 문제 등으로 시간 허비하고 환율이 나빠지고 나서야 외평채 발행하러 나갔잖아요. 우리나라의 간판인 국민은행이 리보금리 보다 가산금리 2.5% 더 내야 달러를 차입할 정도 나빠지고 난 다음에야 로드쇼하러 간 겁니다.

이런 부분들이 ‘앞으로 남은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올해 말 내년 초가 겁나는 겁니다. 사회전체가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공리를 생각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이념ㆍ정파의 관점에서 보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언론도 제 기능을 해야 합니다.

-200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2007년은 골디락스(Goldilocks:경제는 호황을 누리면서도 물가인상은 없는 상태)의 해가 될 것이라는 선언이 있었습니다. 당해 연도에 대한 예언으로는 맞았을지 모르지만 결국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선언이 되고 말았는데 경제에 대한 예지는 불가능한 걸까요?

▦노벨경제상을 받은 어빙 피셔(Irving Fisher)라는 예일대 교수가 있어요. 이분이 29년 11월에 대공황으로 블랙먼데이가 발생했을 때 미국 주가가 15% 폭락한 상태에서 ‘미국경제는 내려올 수 없는 높은 고원에 도달했다. 1910년 이후 생산성 혁신으로 고원에 도달했기 때문에 끊임 없이 상승할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조정에 불과하고 미국은 끝없는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이렇게 말했어요. 그분이 다우지수가 60% 빠진 다음에야 생각을 바꿨어요. 경제학자가 미래를 판단하는 기준은 과거에 우리가 쌓아왔던 가치에 현재 내고 있는 수익가치, 앞으로의 미래가치를 합해서 전망이 나와요.

기업을 예로 들면 ‘이 기업이 지난 10년간 굴곡을 거쳐 오늘날까지 어떻게 존재해 왔나.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자본을 늘려왔고, 지금 얼마를 벌고 있고, 영업상태는 어떻고, 얼마를 벌어들이고 있고,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현재 가치를 보지요. 여기까지는 정보만 정확하고, 재무제표를 볼 수 있다면 누구나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미래가치입니다.

과거는 이랬고, 현재가 이렇다면 미래는 어떨것이냐. 과거와 현재에 해왔던 것에 대한 관성에 기반해서 전망이 나왔을 때 틀리는 것은 책임이 없지만 미래의 가치가 내 통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을 때 틀리면 책임을 져야 되잖아요. 그래서 쥐떼가 몰려다니듯 전망은 비슷하게 갈 수 밖에 없어요. 그 만큼 전망은 의미가 없어요.

‘전망은 무의미하다’는 그의 말이 난리통에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상의 이해나 투자를 위한 독자의 스탠스는 객관적 판단에 입각해야 할 터. 그의 복심(腹心)으로 한 발 더 치고 들었다.

-시장평균 이상의 수익을 낸 펀드매니저가 10%도 안 된다는 사실은 원장님의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펀드가 활성화된 게 70년대니까 30년간 체크 해 보면 시장 평균을 넘어선 펀드가 10%가 안됩니다. 우리나라도 그럴겁니다. 우리나라도 작년 재작년 시장이 상승할 때 무모하게 질러 버리는 펀드들이 수익을 냈어요. 우리는 그걸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장이 안 좋을 경우 하락율이 더 커지죠.

지금 실상이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역시도 시장평균을 넘어서는 펀드가 나오기 힘듭니다. 수수료가 보통 2.5%가 넘는데 10~20년간 수수료를 계속 떼면 원금의 반을 내야합니다. 수수료는 손해 봤을 때도 똑 같이 내야합니다. 이런 구조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펀드가 개인투자자 보다 수익을 못 내는 이유는 개방형 펀드의 경우 시장이 좋아지면 개인이 돈을 집어넣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고점에서 살 수 밖에 없고, 폭락하면 할 수 없이 팔 수 밖에 없습니다. 종목 선택은 펀드가 하지만 주식을 사는 것은 가입자가 하는 겁니다. 태생적으로 고점매수 저점매도 할 수 밖에 없어요. 펀드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숙명입니다.

-원장님께서는 책속에서 ‘증권사는 투자자가 신용으로 산 주식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든 이혼을 하든 관심이 없다. 금융시장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다’라거나 ‘다우지수가 1,000에서 1만에 이른 기간은 전체 거래기간의 7%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는 타짜와는 도박을 하지 않으면서도 주식투자는 한다. 이유는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쓰셨습니다. 개인의 주식투자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는 제 책을 읽은 사람의 70%가 주식투자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 쓴 겁니다. 특히 1권은 냉소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 있어요. 독자의 70%가 ‘나 안 할래’하게 만들고 싶었고, 그래도 ‘주식투자를 하겠다’는 나머지 30%가 2권을 읽고 분석 방법을 배우기를 바랐어요. 2권은 각론인 셈이에요.

책을 팔려고 들면 같은 시점에 파는게 좋은데 1권을 읽고, 주식투자를 포기하라고 발행 날짜를 조절한 거예요. 생각해 봅시다. 워렌 버핏이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지요? 가난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할 것 같고, 자산의 상당 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그런 사람 같지요.

그런 버핏이 ‘버크셔헤더웨이’ 주총에서 들고 나오는 것은 체리코크와 빅맥이에요. ‘내가 나이 아흔이 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체리코크와 빅맥 때문’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버핏은 코카콜라와 맥도날드에 가장 오랜 기간 투자하고 있는 큰 손이에요. 철저히 자본시장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이죠.

그는 공적자금 투입을 쌍수 들어 환영합니다. 만약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버핏은 대박이 나니까요. 반면 조지 소로스는 반대합니다. 그 사람이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양심을 가져서 반대할까요? 소로스는 헤지펀드 운영자입니다. 아비규환이 되고 환투기가 벌어지고 나라가 망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매도를 금지하면 소로스는 치명적이에요. 그러니 공매도 금지는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 거지요.

돈에는 피가 흐르지 않는데 우리는 거기에 낭만을 덧씌우고 있어요. 안 보이는 이면에 대해서 비판적 분석을 할 수 있는 이들이 투자를 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거짓말에 당합니다.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만 시장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뉴스 보고 판단해서 시장에 들어오면 밥이 될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대학시절부터 주식시장을 공부했다는 그가 왜 이제야 책을 냈을까?’의아해졌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책이 다소 늦게 출간된 것 아닙니까.

▦원래 책은 2001년에 출판하려다 포기했고, 2006년에도 그랬고 이번에 결국 내고 말았는데 왜 ‘결국 내고 말았다’는 표현을 쓰냐면 제목이 건방지잖아요. 철학적 회의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모르는 일을 왜 남에게 가르치려고 하느냐’는 생각에 두 번 포기 했는데, 이 번에 발간한 이유는 이런 말이 위선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IMF 직전에 일어났던 일 들이 반복되는게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잘 좀 생각해봐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면 큰일난다’고 말해 주려고 서둘렀는데 그래도 좀 늦었어요.

-책을 여러 권 쓰셨는데 글을 쓰는 것은 따로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까?

▦했다고 볼 수 있죠. 왜냐하면 중고등학교때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단편소설로 상도 받아본 적이 있는데…. 문체가 에세이를 쓸 때와 실용서를 쓸 때 차이가 납니다. 에세이를 쓰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인 줄 알아요.(웃음) 칼럼이나 이론서를 쓰면 차갑죠. 잘된 칼럼을 베끼면서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모신문의 칼럼을 10번씩 베끼면서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지금 원금의 상당 부분을 까먹은 투자자가 앞으로 주식투자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원금 생각하지 말고 지금 상태에서 판단하라고 하겠습니다. 빚을 지고 있으면 가진 모든 자산을 빚 갚는데 써야 합니다. 빚을 지고 있지 않고, 여유자산이 있다면 당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사회를 위해서도 투자를 해야 합니다. 바닥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느님도 모릅니다. 오늘이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역사적 바닥일 수도 있습니다.

잉여 자산이 있다면 사회의 공진화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단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를 내면서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는 짓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지금 제일 중요한 투자는 어떤 식으로 든지 부채를 줄여나가는 겁니다. 이게 대한민국이 살아나는 길입니다.

부채를 가진 사람은 줄이되 잉여재산을 가진 사람은 내놓아야 합니다. 주식도 사고 빌딩도 사고, 빚이 있는 사람은 빚부터 갚는 게 투자입니다. 다만 그러면 경기가 침체될테니 국가가 재정지출을 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혹시 자녀분이 의사와 경제에 관련된 직업 두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한다면 어떤 것을 권하겠습니까?

▦둘 다 말리겠습니다. 의사는 괴로운 직업입니다. 한 사람의 가장 극적인 순간에서 그를 만나게 됩니다. 특히 환자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이든 외과의사를 만나는 순간은 가장 위기의 순간 입니다.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권한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무겁습니다. 의사는 좋은 직업이 아니에요. 경제 관련 직업은 에일리언의 피를 받은 사람이라면 할 만한데 심장에 따뜻한 피가 흐른다면 할 짓이 못됩니다. 둘 다 내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블로그에 ‘경박단소 키치(Kitsch:잡동사니, 천박한 것)의 시대, 원본이 사라진 포스트모던의 시대에 진지함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외일지 모른다.’라는 문패를 걸어 놓으셨던데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우울하십니까?

▦우울하지는 않고요. 저는 표정은 이렇게 촌사람 특유의 무표정입니다만 삶에 대해서는 때로는 간절할 정도로 존재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편입니다. 사물이 망막에 비쳐 보이는 것도 행복하고, 식감이 느껴지는 것도 행복하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숨쉰다는 것 자체가 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행복할 때가 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 상징으로, 복사본으로 횡행하다 보니까…. 전 지구상에 금융자산이 300조 달러라는데 실제 달러는 미국 내부 1,600억 달러, 외부에 2,000억 달러가 돌아다녀요. 그런데 거래는 300조 달러가 돌아다녀요. 실제 돈이 아닌 지급하겠다는 옵션과 약속들이 넘치는 거죠.

복제와 기호가 판치는 가짜 세상이니 이런 금융위기 터지고 불행한 일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원본의 가치를 중시하자는 건데 비타협적이고 완고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쉽고, 오히려 원본에 집착하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겁니다. 장 보드리야르는 그의 저서 시뮬라시옹에서 ‘원본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살라고 했는데 그런 맥락입니다.

◇약력

▦1965년생

▦영남대 의대 졸

▦2007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안동 신세계연합병원장

▦ 투자이론 전문가. 95년부터 IMF 전후까지의 시장전망, 97년 이동통신주에 대한 장외 매집, 98년 성장주 시대의 도래,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던 2007년 9월 한국증시 고점론으로 주목 받았다.

상하이지수 6,000포인트 시점에 거품붕괴를 경고, 주목 받았다. '전망을 팔아먹지 않는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2006년 12월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증권선물거래소와 국내증권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증선클럽'을 통해,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그에게 '올해의 증권선물인상'을 시상했다.

◇저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ㆍ2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Posted by 노터니
TAG 박경철
시골의사 "박경철"은 참 좋은 역할 모델이 된다.
그의 치열함 그리고 나름의 분별 선을 가진 기준..

무엇하나 버리지 말아야할 것들로 가득차 있다. 단순히 "시골의사"로 멈춰 버렸을지 몰랐던 그가.. 
새로운 역할모델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다.

항상 좋은 글을 남겨주길..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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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평론가 박경철 씨는 '통섭()'의 철학을 일찍부터 자신의 공부에 접목시켰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를 두루 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원리다. 사진=조영철 신동아 기자
"니체가 이렇게 말했죠. '네게 닿지 않는 것에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언젠가 그것이 네 것이 된다'고…."

촌스러운 폴로 티셔츠를 입은 경제평론가의 입에선 예상 외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경구가 흘러나왔다. 경제평론가로 유명한 '시골의사' 박경철(43·경북 안동 신세기병원 원장) 씨. 의사이면서도 정작 증권시장에 발을 담근 이들 사이에선 경제 전공자보다 더 신뢰받는 그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했느냐'는 평범한 질문에 대한 대답치곤 현학적이었다.

성공한 투자자에게 어울릴 듯한 서울 강남의 대형빌딩이 아닌 강북의 자그마한 공부방(오피스텔)에서 만난 그는 "은퇴가 머지않았다"고 읊조렸다. 그는 자신의 투자경험과 이론을 기록한 새 책 '주식투자란 무엇인가'를 막 탈고한 상태였다. 피로감이 몰려 온 탓일까.

"현자() 피터 린치의 은퇴 시점이 47살이었어요. 자신의 행복과 명예를 지킨 절묘한 선택이죠. 저도 그처럼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대학에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10년 전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이름을 알린 뒤 그의 활약상은 증시에 발을 담근 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로 두드러졌다. 지난해에는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민주당 공천 심사위원 까지 활동의 폭을 넓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그는 '2007년 9월 한국증시 고점론'과 상하이 지수 6000포인트 돌파 시점에 '중국 증시 거품붕괴' 경고를 시장에 내보내는 등 탁월한 예측 능력을 선보였다. 그의 발언을 조금 신중하게 받아들인 개미투자자라면 현재의 금융 위기국면에서 남들보다 타격이 적을 지도 모르겠다.

경북 안동의 평범한 외과의사 출신으로 성공한 투자자인 그에게 이젠 '시장전망' 혹은 '경제풍월'과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도대체 그가 전공도 아닌 분야에서 어떻게 시장에 대한 분석능력과 전문적 식견을 갖췄는지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평생학습'을 목표로 하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성공사례는 훌륭한 교과서가 될 수 있을 터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곳에서 특별한 노력을 통해 쌓아올린 지식. 오늘의 '박경철'을 가능케 한 남다른 '학습 방법'은 무엇일까.


그의 독서 제1원칙은 ‘내가 읽기에 조금 버거운 책을 선택한다’는 것. 자신을 괴롭히며 책을 읽다보면 그 고통조차 쾌감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 한문학습과 집중력

"어릴 때 반강제적으로 서당에 끌려가 사자소학()과 명심보감()을 배웠어요. 어릴 때의 한문 공부가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습관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음과 뜻을 따로 떼어 놓고 이를 차근차근 재결합해 나가는 '독해 능력'을 배웠다.

"텍스트 재해석이 하나의 습관이 된 거죠. 이게 저자의 진짜 의도인지 의심을 하게 되고, 그런 트레이닝을 위해서 아이들에게도 한문 공부를 중요시 합니다."

실제로 그는 현상을 '재해석'하는 일에서 남다른 능력을 과시해 왔다. 1997년 휴대전화를 처음 접하고 남들은 "무거워서 실용성이 없다"고 말할 즈음, '이동전화 시장이 마치 인터넷처럼 커질 수 있겠다'는 확신에 장외시장에서 이동전화 주식을 매집해 수백 배의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한문학습과 함께 어릴 때 익힌 학습법은 집중력.

"시골에서 '똑똑하다'는 소리 들으며 크다가 큰 도시(대구)로 진학하니 내 재능은 평범하더군요. 그래서 중학생 시절 다른 아이들보다 집중력을 더 발휘해 보자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조금 일찍 깨달은 셈이죠."

책을 읽을 때도 그는 제목만 봐도 되는 책, 30분도 안 걸리는 책, 음절 하나 단어 하나 까지 씹어 먹어야 하는 책을 분류해 맞춤 방법으로 공략한다.

그의 안동 본가에는 그가 읽은 책 1만 여권이 서가에 꽂혀 있다. 아직도 그는 인용해야 할 책과 해당 대목이 생각나면 정확하게 책 더미 속에서 찾아 낼 수 있는 기억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게 다 일찍 습득한 집중력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 지식을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집념

하지만 이 역시 너무 평범하다. 결정적 비법은 없을까.

"제가 조금 집요한 면이 있죠. 30대 초반 대전에서 고용의사를 하던 무렵이에요. 금강에서 누군가 대낚시로 잉어를 잡아 올리더군요. 저도 꼭 그렇게 하고 싶더군요. 곧장 '찌맞춤의 원리' 등 이론서 십여 권을 사고 낚시 전문지 구독을 신청했어요. 빨간 줄 그어가며 이론서들을 독파한 거죠. 낚시의 원리를 깨우치고 나서야 낚싯대를 구입했어요."

그의 '낚시학' 정복 과정은 처절할 정도로 집요했다. "침대에 누워 내가 물고기라면 어떤 떡밥을 좋아할까?"하는 것까지 고민했다. 병원에서 쓰는 영양제는 실험용 떡밥이 됐고 의사로서의 해부학적 지식 역시 어류() 이해의 밑천이 됐다.

그러다 문득 낚시를 평생 취미로 삼기엔 시간낭비가 너무 심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낚시는 잉어를 잡을 때까지만 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해 4월부터 9월18일까지, 심지어 태풍이 몰려와도 잉어를 낚기 위해 퇴근 이후에는 무조건 낚시터로 향했다.

"그해 9월18일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제 손으로 잉어를 잡아 올린 날이거든요. 아직도 제 병원 냉동실에 보관돼 있습니다. 껄껄. 그리곤 낚시를 딱 졸업했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미추()와 호오()를 가리지 않는다. 대신 단순히 소비할 것이 아니라면 철저히 연구해 반드시 정복한다. 어떤 지식이건 결국 다른 지식과 맞닿아 있고 그 지식은 언젠가는 새로운 영감으로 변해 돌아온다. 결국은 지식을 도구화하는 학습철학이다.


의사이면서 주식 투자자로 성공한 박경철 씨의 다음 목표는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주제는 경제학이 아닌 철학이다. 사진=조영철 신동아 기자
○ 감각기관 일깨우기

그렇다면 모든 지식과 잡학()이 인생에 도움이 될까. 그의 대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대학 시절 그의 별명은 '퀴즈의 제왕'이었다. 퀴즈동호회를 중심으로 PC통신에서 활동했다. 그 당시 그가 가장 싫어했던 퀴즈는 음악에 관련된 문제였다. 트로트나 김광석의 선율에 익숙했던 그의 귀에 클래식이란 넘을 수 없는 산 같았다. 어느 순간 그것을 반드시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클래식 매니아인 친구에게 클래식 입문용 명반 100장을 추천 받았어요. 그날로 곧장 음반 매장에 가서 레지던트 한 달 치 월급을 투자했습니다. 그 뒤로 수술할 때나 차트 정리할 때 반드시 모차르트와 하이든의 음악을 하루 20시간 가량 들었어요. 4개월이 지나니 멜로디가 머리 속을 떠다녔고, 6개월이 지나니 그 음악을 다시 듣고 싶다는 감흥이 일더군요. 꽈배기처럼 꼬였던 선율들이 하나씩 풀어지고 악기들이 하나씩 귀에 꽂힌 거지요.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겁니다."

이런 노력 이후 그에게 찾아온 변화는 놀라웠다.

"저는 시간이 아까워 골프도 안치고 술도 안 먹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감정을 주체 못할 경우가 있잖아요. 환자를 접해야 하는 저는 특히 더 그랬어요. 누군가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모차르트 레퀴엠만으로 때론 감정을 정화하고 고양시킬 수가 있게 된 거죠. 이런 느낌은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주요자산이 됐습니다."

정보가 길에 널린 시대다. 그는 이런 시대엔 예술에 감응하는 '감각기'가 지혜에 다가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공부에 꼭 필요한 덕목이 바로 '감각기'입니다. 그림 앞에서 눈물 흘리고 음악을 듣고 가슴이 따뜻해지지 못하는 사람은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독창적인 무엇은 창조할 수가 없는 법이거든요."

○ 경제학과 상상력

공부에는 일정한 과정이 필요하다. 일종의 탑 쌓기와 비교할 수 있겠다. 구름 위를 뚫고 올라가면 '위대한 학자'로 칭송 받는다. 적어도 남들보다 조금 더 쌓아도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그런데 단순 '학문의 탑'이 아닌 '시장'에서는 조금 다른 기준이 적용될지 모르겠다. 많이 공부하고 학식이 높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네이버 검색창만 두들겨도 이제는 유명 경제학자들의 이론이 튀어나오는 세상이에요. 절대로 자신의 학문만 파고든다고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삼아야겠지만 마지막 최후의 벽돌이 필요합니다. 나의 사유와 이론을 담은 새로운 그 무엇. 그게 바로 '영감()'입니다. 영감이 없는 사람은 상상력이 없는 거죠. 현상을 파악하는 총체적인 사유가 필요해요."

그도 한때는 '한 발 앞선 정보'와 '경제학적 지식'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1993년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는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을 결성해 마치 의사고시 준비하듯 50여 권의 증권이론서를 독파해 나갔다. 그러나 돈을 벌기는커녕 10년간 처참하게 잃기만 했다.

결국 지식보다 시장을 보는 눈, 시장에 대한 독창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 뒤부터 그는 경제학 공부를 철학공부와 일치시켜 나갔다.

"철학사를 곰곰이 뜯어보면 인간에 대한 탐구이고 세계를 구성하는 원리에 대한 사유가 녹아 있습니다. 경제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철학을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상상과 망상 사이에서 길 찾기

지난 10년간 주식시장에서 탁월한 성공을 거둔 그는 아직도 자가용이 없다. 매일 택시와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영감을 얻으려면 끊임없이 구상하고 공상하고 추상해야 해요. 택시 뒷자리에 앉으면 거리의 모습과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머리 속의 실험실을 돌릴 수가 있거든요."

그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망상과 공상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의 학습이론에 따르면 망상()이란 체계화 되지 못하고 흩어지는 생각이다. 그러나 공상()이란 생각의 바탕에 계단을 놓을 수 있는 지적 실험물의 결과물이다.

결국 무엇을 얼마나 오래 공부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뱉은 언어와 행위가 일관된 생각의 바탕 위에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바탕에서 나오는 사고는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시골에서 간고등어 굽는 아저씨나 김포공항 앞의 구두닦이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의 고리 위에서 말할 경우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고 통찰력 있는 지식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정도의 저잣거리 지식을 풀어 온 수준에 불과해요."


올 10월1일 출간되는 박 씨의 신작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 에필로그 - 선의()

그는 10여 년간 개미투자자들에게 '지식의 연금술사'로 통해왔다. 그를 통하면 난해한 경제이론이나 투자모형이 명료한 일상의 스토리로 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마치 '경제 전문가'로 대하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저는 절대 경제전문가가 아닙니다. 박이부정()한 사람이고, 불가()의 언어로 말하자면 선()을 깨우치지 못한 '알음알이' 단계에 불과합니다. 대신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저잣거리의 논리로 조금 자유롭게 말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를 고평가하게 만든 원인이겠죠."


금융시장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있지만 예측 모형을 제시한 이론은 없다. 투자의 귀재로 추앙받는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 모두 공부를 많이 한 학자이기 때문에 추앙 받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을 지닌 '현인()'이라서다.

"다시 니체로 돌아가면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교향곡은 처음 듣는 사람에겐 불협화음으로 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요. 하지만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어느 순간 소음에 불과하던 소리들이 협화음()으로 들릴 것이라고, 언젠가 네게 기쁨을 줄 것이라고…. 모든 공부의 원리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호재 기자demian@donga.com
Posted by 노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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