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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이디어에.. 기발한 사고..

단순함의 미학과 블랙코미디의 통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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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망대

‘충격 고로케(hot.coroke.net)’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우리 언론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이트는 지극히 단순한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기술적 장치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그저 수작업에 가깝게 계산한 간단한 통계만을 제공한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신문의 기사 제목에 ‘충격’, ‘경악’, ‘멘붕’, ‘발칵’, ‘이럴 수가’ 등 선정적이고 과장된 어휘가 얼마나 들어갔는가를 계산해 그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충격 고로케’가 밝히는 ‘낚시질’ 점수는 선정적 어휘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는 한국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스스로 권위지임을 주장하는 다수의 신문사들이 낚시질 점수에서 상위에 자리잡는 것도 한국적 현상이다.

인터넷 뉴스 시장에서 언론사들이 낚시질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주목(attention)의 경제’로 설명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주목이 경제적 자원으로서 희소한 상품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가 하룻동안 주목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돼 있다. 더군다나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정보량은 우리한테서 주목할 기회를 뺏어간다.

정보의 과잉은 양날의 칼과 같다. 너무 많은 정보가 빠르게 지나가서 글을 숙독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룻동안 가장 중요한 뉴스가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명쾌하게 답변할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하루라는 주기는 너무 길고 많은 정보로 차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뉴스도 우리가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는 거리의 수많은 간판들과 다를 바 없다. 허버트 사이먼은 정보의 급속한 성장이 ‘주목의 결핍’을 가져왔다고 이야기한다.

주목의 결핍은 언론사·블로그·광고주들과 같은 정보 제공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다. 주목을 통해 가치를 만드는 것이 미디어 산업이지만, 소비자들한테서 ‘주목의 고리’를 형성하는 것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목의 경제는 경영의 관점에서 주로 응용돼왔다. 광고 전략, 맞춤형 또는 개인화 서비스들은 ‘주목의 결핍’을 보완하려는 전략이다. ‘빅데이터 분석’도 소비자 행동을 분석해 최적의 주목 효과를 낳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낚시질 제목 달기는 경영학적 전략이라기보다는 궁여지책에 불과하기에 다소 쑥스럽기까지 하다.

충격고로케(hot.coroke.net)
‘주목의 경제’를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이용하는 인터넷상의 대부분의 콘텐츠는 무료가 아닌 경우가 많다. 상업적 사이트들은 키워드나 디스플레이 광고를 주목해주는 대가를 어디엔가 숨겨놓는다. 이를 ‘주목의 거래’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낚시성 제목은 희소한 주목을 유인해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현재 등록된 인터넷 신문사 수는 3천개가 넘는다. 이 많은 신문사들이 소비자의 주목에만 의존해 선정적이고 과장된 용어로 시선을 유혹한다. 그 비용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다.

언론의 특성상 부작용이 있더라도 국가 개입은 어떤 형식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자율 규제에만 맡겨두기에는 미덥지가 못하다. 현실성 없는 상상이지만, 소비자들이 주목을 뺏어간 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가능할까?

언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힘이 중요하다. ‘충격 고로케’는 그것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기사 제목의 유혹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개개인의 주목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일깨워준다. 그런 점에서 ‘충격 고로케’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황용석/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