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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LG그룹의 위상이야 '막강함' 그 자체다. 증시에서도, 시가총액은 5~6%에 불과하지만 협력업체까지 합할 경우 전후방 효과는 엄청나다. 그런 LG그룹이 휘청거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그리고 2004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총체적 난국이다. 단순히 실적 부진을 넘어 그 위험 수위가 심상찮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까닭을 따라가 봤다.LG그룹의 시장가치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현대차그룹이 라이벌이라고 하기에는 격차가 컸다. 하지만 2009~2010년 자동차 주가가 급등하면서 LG와의 격차는 좁혀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드디어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LG가 부진하다는 점보다는 현대차그룹이 잘나간다는 게 더 부각된 덕분에 LG에 대한 걱정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게다가 석유화학부문 대장주인 LG화학이 2차전지라는 미래성장동력을 앞세워 지난 2년간 최고 10배나 주가가 급등하면서 체면을 살린 효과도 컸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애플이 미국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하며 글로벌 IT업계 패자(覇者)가 됐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D램 값 하락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간판 IT주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CD패널은 공급과잉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의 실적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특히 LG전자에 치명적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부진하던 LG그룹 주가가 '스카이 다이빙'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글로벌 경쟁은 '애플 대 반 애플'의 구도였는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애플 대 구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야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를 전 세계적으로 마케팅 한 덕분에 어느 정도 입지를 구축했지만, 반 애플 연합의 일원으로 겨우 연명해온 LG전자로서는 시한부 통보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공급하는 구글이 모토로라 스마트폰 서비스에 주력할 경우 LG는 업계 3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는 LG전자 내에서 두 번째로 큰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부문이 도태된다는 얘기다.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잘나가던 LG화학도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지만 최근의 주가 하락폭은 다른 대형 화학주와 비교해 두 배에 달한다. 석유화학부문의 꾸준한 수익성과, 2차전지부문의 높은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된 것도 아닌데 이처럼 주가가 폭락하는 데는 전자 계열사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익명의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이 아무리 탄탄하다지만 전자 계열사 부진이 계속되면 계열사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도약을 위해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LG화학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계열사 지원에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가 동원되는 걸 극도로 꺼린다"고 설명했다. 

물론 당장 LG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는다는 것은 아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아직도 부채비율은 200% 미만이고, AA등급 회사채로 연 4%대의 금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마당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다. 

영업이익이 안 나면 자본의 150%에 달하는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다. 다시 빚을 더 내야 하는데 부채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영업이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비용도 문제다. 전자제품은 연간 조(兆) 단위의 설비 및 연구개발(R & D) 투자가 필요한데 영업이익이 나지 않으면 이 같은 재원을 조달할 수 없다. 투자를 아끼다 보면 신제품 개발이나 품질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는 다시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고 빚을 내서 투자를 할 경우에는 이자비용이 높아져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 이익률이 낮아지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다시 조달비용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이자부담을 높인다. 획기적인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으면 빚이 계속 불어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히트상품 없이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산을 매각해 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LG 계열사 가운데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럼 LG그룹의 이 같은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아주 길게 보면 외환위기 이후 빅딜에서 LG반도체를 빼앗긴(?) 데서 비롯되지만, 조금 가까이 보면 2004년 LG카드 부실에 따른 LG투자증권 매각과 2005년 GS그룹과의 계열분리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당시 GS는 건설 정유 홈쇼핑 등 큰 기술경쟁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비교적 손쉽게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사업부문을 떼어 갔다. 반면 LG그룹에 남은 건 전자 화학 상사부문이 거의 전부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고, 막대한 R & D 비용은 필수다. 

한 펀드매니저는 "2005년 이후 다른 그룹들은 확장을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반면 LG는 전자와 화학에만 몰두했는데, 전자부문에서 큰 충격이 오는데도 불구하고 예전 정유나 건설과 같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사라지다 보니 예전만 못하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문제는 LG 특유의 가족경영 체제다. LG그룹의 총수는 구본무 회장이지만, 워낙에 효자인 탓에 아직도 '구자경 명예회장의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LG전자의 직전 최고경영자(CEO)로 현재의 부진한 신제품 개발 및 실적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남용 전 부회장도 명예회장 사람들의 힘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다는 해석이 없지 않다. 해석이 옳다면 조직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고 '대사장애'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또 각 계열사에 오너 일가가 퍼져있다 보니 타이트(Tight)해야 할 사업관계가 느슨해 수익성 면에서 삼성전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증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LG가 3세 구본호 씨의 경우 그룹 출장 물량을 도맡아 하는 레드캡투어(옛 범한판토스)의 최대주주다. 즉 식구끼리 사업을 하다 보니 원가절감도, 품질관리도 시원치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최근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며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지만, LG그룹에서는 이 같은 긴장감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걱정은 하는 분위기지만 딱히 대안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대표는 "IT업종은 경기에 민감하다. 한번 삐끗하면 순식간에 위기로 내몰린다. 한때 미국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던 모토로라가 불과 채 10년이 안 돼 구글에 인수당하는 처지가 된 것은 좋은 예다. LG도 이 같은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LG전자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10년 후를 생각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종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쇼트(Short, 주가하락에 투자하는 공매도 기법)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