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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으로 살아가는 방법

전문영역에서 전문적인 방법론을 가진다면 지식으로 살아갈 수 있따는 걸 보여주는 사례.
지승호 인터뷰어는 그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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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만 스물한 권 펴낸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

ㆍ“인터뷰는 시대를 더듬는 가치있는 기록”


국내 유일의 전문인터뷰어. 2001년부터 올해까지 펴낸 인터뷰집만 총 21권.

인터뷰하는 남자, 지승호씨(43)의 이름 앞에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는다. 김어준, 박노자, 우석훈, 유시민, 진중권, 홍세화, 한홍구 등 당대의 쟁쟁한 논객들이 그의 인터뷰대상(인터뷰이)이 됐다. 2002년부터 일년에 두세 권씩 인터뷰집을 펴내던 그는 지난해에는 신해철·공지영 등의 인터뷰집을 포함해 무려 6권의 인터뷰집을 펴내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김수행·박원순·신성일 등 3권의 인터뷰집을 냈다. 하반기에도 ‘B급좌파’ 김규항을 포함해 두어 권의 인터뷰집이 예정돼 있다.

최근 김규항 인터뷰집 원고를 끝냈다는 지씨를 만났다. 기센 논객들, 쟁쟁한 명사들을 상대하는 전문인터뷰어라기에 달변의 논쟁가를 떠올렸지만 그는 말수가 적은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외려 이 같은 태도는 인터뷰이들의 호감을 끄는 듯했다.

“말수가 없는 편이에요. 전에 홍세화 선생님과는 인터뷰가 끝난 뒤 식사를 하는데 30분간 세 마디가 오갈 정도였으니까요. 실제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이가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편이에요. 전체적으로 호감을 갖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면서 진행을 합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질문마저도 제가 물어보면 필시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수용하고 말씀해주세요.”

이름 있는 매체의 기자로 활동했던 것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글을 써온 경험도 없는 그가 전문인터뷰어로 나서게 된 것은 2000년 모 신문의 인터넷 기자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이전에 잠시 시사웹진을 운영했지만 자금난 등으로 결국 문을 닫았단다. 사회 현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는 전문인터뷰어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했다.

“강준만 선생이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강 선생님은 텍스트에 의거해 인물론을 쓰시지만 저는 인터뷰이의 텍스트를 읽고 분석한 것을 바탕으로 직접 만나서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게 차이점이랄까요. 바로 여기에 인터뷰의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2001년부터 전문인터뷰어로 활동하기 시작해 월간 ‘인물과 사상’ ‘아웃사이더’ 웹진 ‘서프라이즈’ 등에서 활동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번째 인터뷰집이 <비판적 지성인은 무엇으로 사는가>(2002)다. 지난 9년간 인터뷰로 만난 이들만 200여명. 대개는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와 진보논객들을 주로 만났다. “일단은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들을 만나뵙자고 하죠. 또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유효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을 주로 섭외합니다. 좀 더 희망적이고 성찰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던지는 분들을 만나려고 하죠.”

한 권의 인터뷰집을 펴내기까지 소요되는 물리량은 엄청나다. 준비에서 인터뷰진행 및 녹취와 정리 등 인터뷰집을 펴내기까지 보통 서너 달이 걸린다. 원고지 2000장가량의 인터뷰집을 펴내는 데는, 인터뷰에만 30~40시간이 소요된다. 인터뷰이와 4~5차례 만난다.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역시 준비단계다. 최소 1주일은 인터뷰이와 관련된 모든 텍스트, 이를테면 타 매체에 실린 기사와 인터뷰, 인터뷰이의 저서 등 온갖 텍스트를 섭렵하고 꼼꼼하게 300~400여개의 질문을 준비한다. 지씨 스스로는 그간 진행했던 인터뷰 중 작가 공지영과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와의 인터뷰 준비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공씨는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서, 김 교수는 경제학 저서가 읽기에 녹록지 않아서였다.

그는 인터뷰집을 시대의 기록으로 본다. “인터뷰는 일기처럼 굉장히 실용적인 성격을 가져서 이슈가 있을 때 그 즉시 사람들의 생각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죠. 지식인·활동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시대를 더듬어 볼 수 있어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펴낸 인터뷰집들은 주목은 받았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인터뷰집의 성과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펴낸 공지영 인터뷰집 <괜찮다, 다 괜찮다>와 <신해철의 쾌변독설>은 현재까지 10만권 정도 팔렸다.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보다 인터뷰이가 보여야 한다고 봐요. 종종 독자들 가운데 저를 다른 인터뷰어들과 비교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사람마다 서로 인터뷰의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죠. 저는 마라토너처럼 우직한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인터뷰집을 읽어가시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인터뷰어가 보일 겁니다. 결국은 인터뷰이의 입을 빌려서 인터뷰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소통불통의 시대, 그에게 인터뷰 비법, 그만의 방법론을 묻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강연요청이 오는데 제가 말을 잘 못해서 거절하고 있어요. 하지만 인터뷰어로서 이를 알리는 게 의무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인터뷰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직결되니까요. 상대에 대한 존중 없이는 이뤄질 수 없거든요. 때가 되면 써볼 작정이에요.”

<글 윤민용·사진 김영민기자 vist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