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기술의 寶庫` 일본기업 사들이기 열풍
고령화로 日 기업들 사업지속 못해 매물로
한국기업 작년 13건에 500억원 규모 성사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여파로 활력을 잃으면서 알짜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런 기회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일본 기업 인수는 전년 대비 4배나 증가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을 인식해 일본 기업 인수ㆍ합병(M&A)을 지원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에 들어갔다. 특히 최근 엔화 대비 원화값이 급등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일본 기업 인수에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플라스틱 사출금형 및 IT 부품업체인 재영솔루텍은 일본 중소기업을 두 차례나 인수했다. 중국 기업의 추격을 뿌리치고 일본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2003년 금형부품 생산업체인 우치다사를 인수해 현지 영업법인인 JYCO를 설립했고, 2007년에는 교세라그룹의 중대형 금형사업부를 인수했다. 이후 재영솔루텍은 JYCO를 통해 지난해 6월 소니의 1차 밴더가 됐다.

김학권 재영솔루텍 회장은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키우고 해외영업망을 넓히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우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유력한 대안"이라며 "도요타 등 자동차사와 가전업체에 금형을 공급하고 있고, 소니 금형 공급업체 중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2008년 일본 묘도메탈을 인수했다. 묘도메탈은 1945년에 설립된 일본 5대 스테인리스정밀회사다. 삼성은 60년간 축적된 묘도메탈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획득했다.

고도성장기에 창업한 일본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 기업에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전병석 KOTRA 오사카KBC 센터장은 11일 "최근 일본 중소기업들이 후계자 부족 문제를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술을 확보하고 일본은 기업 폐업을 막는 윈-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오사카 상공회의소가 관내 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업 M&A 이유에 대해 후계자 부재(62.2%)라는 답이 가장 많았고, 업적 부진(14.4%), 이업종 진출(12.2%) 순이었다.

또 KOTRA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일본에서 폐업한 기업 29만개 중 7만개가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았다. 이에 따른 고용 상실이 30만명에 달했다.

일본은 과거에는 외국에 기업을 판다는 것을 금기시해 왔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기업을 맡을 후계자가 없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M&A에 더 적극적이다.

이상진 KOTRA 오사카KBC 과장은 "한국 기업의 일본 기업 M&A는 대일무역 역조의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한국으로서는 기술력을 갖춘 일본 업체를 인수해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고,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브랜드로 동남아, 유럽 등 진출도 용이해진다"고 말했다.

일본 M&A 컨설팅업체인 레코프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집계된 일본 기업에 대한 한국의 M&A 건수는 △2006년 11건 △2007년 16건 △2008년 19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작년에는 13건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전반적인 엔고를 감안하면 이나마도 상당한 실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들어 여건은 더욱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근 100엔당 1200원선이 무너지고 엔화 가치가 고점 대비 25%나 절하되면서 기술력을 갖춘 일본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여건이 다시 조성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일본 경기침체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업체들을 인수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 M&A시장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충고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들 자금상황이 호전되고 엔저가 도래하면서 부품소재 분야에서 기술력은 높지만 경영이 어려운 일본 업체들을 인수하는 노력을 국가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종립 지식경제부 투자정책관은 특히 "글로벌 경쟁자로 떠오르는 중국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일본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는 것에 주목하고 이를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코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일본 기업 M&A 규모는 285억엔(약 3697억원)으로 전년(2008년)보다 4배나 증가했다. 작년 한국이 39억엔(약 506억원)에 그친 것보다 7배나 많은 것이다. KOTRA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대일투자 특징은 경영이 어려워진 일본 중견 제조업을 저비용에 인수한 후 일본 기업의 기술력과 브랜드를 활용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이미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 M&A를 공식화하고 있다.

작년 11월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는 가업승계가 어려운 일본 기업 인수를 위해 3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또 지난달에도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일본 부품소재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해외 부품소재 M&A 펀드 조성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일본의 전자, 가전 쪽 조립공장들이 폐쇄되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가업승계가 되지 않는 기업이 많다"며 "시장에 기술력 좋은 일본 업체가 많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인수해 최고의 기술을 가져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Posted by 빠른불곰 - 가치를 만드는 지식 혁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