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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재미있고 지적유희를 느낄수 있는 좋은책이다.

나에게 있어 폴 크루그먼은 그저 올해 노벨상받은 학자이고, 괴짜 경제학자라는 어느 신문에서 잠깐 읽었던
내용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이 책을 보니.. 앗.. 노벨상을 받을만 하다.



경제학의 향연 / 폴 크루그먼 지음 / 부키

애덤스미스의 위대한 유산인 "시장경제"의 개념은 현대 경제학에 있어 공리와 다름없이 여겨져 왔다.  특히 대안체제의 등장 가능성 이 전무한 가운데, 현 체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치적, 경제적 정책 처방이 이루어져 왔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고전학파든 제도학파든, 현대 경제학의 논의의 초점은 시장의 순기능에 대한 의심이 아닌, 시장실패시 어떤 정책처방이 효과적이냐에 맞추어져 있다.  즉, 통화조절과 괕은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을 용인하는 이들은 케인지안으로, 정부개입에 의한 역효과를 우려하는 이들은 고전학파의 후예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제 체제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앞서 간단히 거시경제의 흐름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 케인즈 경제학, 시대적 요청이었나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사회구성원"의 이윤추구행위가 시장의 순기능을 보장하리라는 애덤스미스의 유산은 대공황과 2차대전, 브렌드우즈 체제 탈피와 같은 굵직한 인간사를 관통해오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러나 대공황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자가 조절기능의 실패는 인위적 조정자로써의 정부역할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경기 후퇴시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 주도에 의한 수요 공급책 - 정부지출의 증가로 인한 가계의 소비여력 확대 - 을 써야 한다는 케인즈의 주장은 한때 구제도학파로부터 코뮤니스트라 불리며 혹독한 비판에 시달렸으나 실질적으로 대공황을 벗어나면서부터 마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경기후퇴시 실업문제 역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완전고용이 달성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제도학파의 믿음은 단한번의 시장실패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2. 케인지안의 몰락과 통화론이라는 "데우스 마키나"

2차대전이후 1970년대까지 황금기를 구가했던 케인즈 경제학은 황금기의 종말과 함께 밀튼프리드만의 거침없는 공격에 주춤한다.  밀튼프리드만이 주축이 된 통화론자들은 말 그대로 통화총량의 조절을 통해 경기후퇴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믿는다.  경기예측을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거시경제지표의 활용도 불필요하며, 더더욱 수요공급확대를 위한 정부정책은 정책-실물경제의 피드백 사이의 소요시간오차로 인해 경제불안정만 가중시킨다고 주장한다.  프리드만에 의한 이러한 주장은 닉슨 행정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더더욱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수요진작을 위한 정부 지출이 실업률이 감소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동반했던 것이다.  통화론자들의 주장은 루카스에 의한 합리적기대론으로 계승된다.

3. 합리적 기대론자들의 "비합리적인 주장"

케인지안 정책에 미루어 경기과열의 징후가 보인다면 정부 재정 긴축과 같은 수요진작책이 나오기 마련이고 이는 물가하락과 실업률의 상승을 불러일으킬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공식과도 같아서 세살먹은 어린아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합리적기대론자들의 주장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현경제 상황에 근거한 정부 정책은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는 시장 참여자들에 의해 예측될 수밖에 없고, 이들의 "약삭빠른 행동"에 정부 정책은 "무장해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경기후퇴를 막기위해 정부지출의 증가가 예상된다면, 기업가들은 시장 내 구매능력의 상승분만큼 추가적인 이윤을 원가격에 가산하게 된다.  즉, 실질적인 소비자의 유효구매능력, 시장내 소비여력은 정책 시행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고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선견지명을 찬양해 마지않는 그들의 이론은 간결성과 명료함에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이들은 그들의 주장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빠트리고 말았다.  실제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합리적기대론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만큼 명석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4. 지배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던 공급중심 경제학

다른 거시경제지표의 목표설정은 정부의 쓰잘데기없는 행위일 뿐이고 총 통화량의 조절로 경기후퇴가 없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리라는 통화론자, 더 나아가 합리적 기대론자들의 주장은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경기후퇴로 인해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된다.  자, 어떻게든 경기후퇴를 막아 기업가들에게는 신바람 나는 이윤을, 노동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생활과 경제적 윤택함을 누리게 하기 위한 경제학의 오랜 여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수요조절에 근거한 경제정책이 모두 실패를 맛보았다면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이겠는가.  애덤스미스가 남긴 또다른 유산, 그렇다  이제 남은 것은 공급뿐이다.  공급 중심 경제학은 대대적인 세금감면을 통한 공급확대가 경기후퇴를 막고 경제성장과 세수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안겨다 줄 것이라 주장한다.  적든 많든 정부가 떼어가는 세금을 도둑놈 아가리에 집어넣는 것으로 생각하고 좀더 많은 이윤이라는 탐욕에 눈이 먼 기업가들에게는 눈이 떠질만한 이야기가 아니던가.  주류경제학자들의 비판과 회의는 계속되었지만, 공급중시론자들은 작은 정부의 지향과 대대적인 세금감면을 약속하며 레이건의 공화당 행정부에 당당히 입성한다.  그리고 쌍둥이 적자 - 연방정부 재정적자, 무역적자폭의 확대 - 라는 빚만을 남긴채 그들은 쓸쓸히 퇴장한다. 

 5. 전략적 무역론자들의 주장은 컨설턴트의 돈벌이에 불과했던가

경제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했던 공금중시론자들의 퇴장은 또하나의 "이념공백"을 남기고 말았다.  12년 공화당 집권을 마침내 마무리지은 클린턴 행정부 역시 학문적 바탕에 기초한 경제정책을 선보이기보다는, 정책전문가, 경영 컨설턴트들의 현란한 수사에 놀아나고 만다.  전략적 무역론자strategic trader라 불리는 이들은 기업경쟁에 있어 "비교우위 comparative advantage"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profit의 원천이듯, 국가 경제의 성장에 있어서도 국가간 "비교우위"가 중요하다는 논리를 내새운다.  공급중시론자들로부터의 교훈도 잊은채 정부의 공적역할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는 잊혀지고 말았고, 무한경쟁에 노출된 국가의 "효율적 자원배치efficient resource allocation"가 새로운 화두가 되었다.  전략적 무역론자들은 IT 붐에서 비롯된 신경제new economy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맞고 새로운 경제사의 한단원을 여는듯 했지만, 날로 커져만 가는 빈부격차와 IT 버블의 붕괴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6. 전략적 무역론 이후의 논의,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경제성장의 신세계를 약속하는가

본 책이 97년 완성되었기 때문에 전략적 무역론 이후의 이야기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  부시행정부의 집권이후 신자유주의학파의 득세로 빈부격차와 재정적자, 무역적자는 날로 심해져만 가고, 끊임없는 안보불안을 야기하는 불량국가rogue state 고립정책은 별다른 실효없이 표류해만간다.  신자유주의학파의 물결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이상, 새로운 논의는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는 IMF이후 신자유주의론자들의 실험장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을 예로 날카롭고 시원한 비판이 돋보이는 책이다.  거시경제개론서라 봐도 좋다.  번역상의 문제였는지 두세번을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비문이 눈에 띄였던 부분은 아쉽지만 원서의 가치를 잃어버릴 정도는 아니다.  미국의 전철을 한국이 밟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거시경제학에 대한 혜안을 얻기에 충분히 좋은 책이다.  추천한표.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무역자유화, 자본자유화의 실익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점차 커지고 있다.  IMF이후 외국계투기자본에 휘둘리기시작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회의는 더더욱 커져만 간다.  정부의 역할 정립이 다시한번 필요할 때다.  다음 책은 신자유주의나 세계화에 대한 서적이 될 것 같다.  요즘은 경제학 공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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