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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보내온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기만 하다.

이경규는 내가 어릴쩍 그모습으로 성장하면서 끊임없이 나의 엔돌핀을 자극한 사람이다. 대단하다.. 오랫동안 연예계에서 살아남는 걸보면..

한편으론..
이 분의 역량이 부럽기만 하다. 다양한 후배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꿈을 솔찍하게 추진해 가는 모습..  존경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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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새로워진다는 건 어려운 얘기죠.
결국은 나를 믿는 수밖에 없어요”

진흙탕에 몸을 던지고, 양재천에 텐트를 치고 3개월 동안 살기도 했다. ‘이경규’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숱한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가 항상 새로웠다는 증거다. 한국을 오래 떠나 있을 때는, 뜬금없이 이경규가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지? 목욕탕에서 진행된 녹화가 생각보다 길어졌다. 다섯 시간 동안 물 속에 있었다. 이경규는 주문한 커피에 각설탕을 넣고, “담배 좀 피워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이 남자가 이렇게 피곤한 건, 녹화 때문만은 아니다.

정기자 담배는 많이 태우세요?


한 갑은 피우는 것 같아요. 전에는 두세 갑씩 피웠죠. 난 몸에 안 좋은 거 좋아해. 알코올, 카페인, 커피 같은 거. 맨 이런 것만 좋아하고.

정기자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셨을 때는 “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죠?”가 고민이셨죠. 그냥 하신 말씀은 아니죠?

영화도 그렇고, 그렇게 힘들게 안 살아도 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웃음). 지금 감독하고 저하고 둘이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오는 12월이나 내년 1월에 개봉할 거예요. 7월 정도에 촬영 들어가고, 이번에도 휴먼 코미디예요. 힘들게 살죠. 나 왜 이렇게 힘들게 살지? 참 하하. 죽겠어 아주.

장기자 조금 쉬었다가 하셔도 될 텐데, 왜 그렇게 급하게 하세요?

이게 쉬었다 하면 안 돼요, 막 하다가 안 되면 딱 때려치워야 돼. 쉬고 뭐 재충전하고 이런 거 없어요. 딱 하다가 이건 아니다 그러면 그냥 끝. 미련 없이 이 바닥을 떠나버려야 돼.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방송도 마찬가지예요.

정기자 일본으로 유학 가셨을 때는 좀 쉬어 가는 느낌이었죠?

그때는 좀 쉬었죠. 너무 힘들고 그래가지고. 좀 쉬다가 왔죠. 유학 한 번 더 가고 싶긴 한데, 이제 가면 안 돼. 쭉 가야 돼. 쉬면 아웃이야(웃음).

장기자 위기감을 느끼세요?

위기감은 없고요,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니까. 여기에 어떻게 대응을 하느냐가 더 문제겠죠? 언제든지 관두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별로 위기감 같은 건 없어요. 그보다 어떻게 하면 이걸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이 열정과 정열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게 걱정이 되죠.

정기자 시대가 바뀌어서 느껴지는 부담이나 위기감보다는 열정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는 말씀이네요.

디지털 시대에 감각적으로 뒤지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포장을 새롭게 하니까. 사실 하는 건 다 똑같아요. 포장을 다르게 하는 거죠. 항상 남들이 안 했던 것을 해야 하는데, 요즘은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면 똑같은 것들이 너무 많아요. 노하우를 나눠 가졌어요.

장기자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편집이라든지, 소재 선택.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옛날에 할 때만 해도 다른 데서는 야외 촬영은 잘 안 했거든요. 지금은 다 하잖아요. 컨셉트도 많이 공유하고 있어요. 프로그램 만드는 실력들이 다 비슷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장기자 좀 전에 ‘라인업’에서 벌칙 받으시는 거 봤어요. 진흙탕에 철푸덕, 하고. 얼굴까지. 너무 혹사하신다 싶었어요.

시청자들이 워낙 강한 것을 원하니까 거기에 맞춰가야 하잖아요. 나는 옛날부터 혹사를 좀 했어요. ‘다큐멘터리 이경규가 간다’ 했을 때는 양재천에서 3개월씩 텐트 치고 살았거든요. 지금은 다 하잖아요. ‘1박 2일’도 그렇고. 전에는 나 혼자만 혹사하면 돋보였어요. 지금은 뭐 다 하니까 별로 안 돋보여(웃음). 뭔가 독보적인 것을 해야 하는데.

정기자 “이건 이경규 아니면 못했을 거야. 나 아니면 못했을 거야” 그런 건요?

혼자 하는 프로그램들. ‘다큐멘터리 이경규 보고서’, 혼자 하고. 동물들하고 같이 하고. 지금은 다 그룹 지어서 하잖아요. 저는 다 혼자 했어요.

정기자 장단점이 있겠죠?

혼자 하면 아무래도 힘이 부족할 수도 있고요. 혼자 하면 컨셉트를 향해 달려갈 수 있습니다. 장점이죠. 내 머릿 속에서 구상한 것을 향해서 달려가는데, 떼로 하게 되면, 이 자식들이 어디로 갈지를 모르기 때문에 컨셉트에 벗어나는 것들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오히려 힘들 때가 있어요. 단점은, 여럿이 같이 하면 하다가 녹화하면서 좀 쉴 수 있잖아요. 혼자 하는 것은 쉴 수가 없어요.

장기자 단점은 그거 하나? 결국 혼자 하는 게 더 편하다는 말씀이네요(웃음). ‘아, 얘는 정말 통제가 안 된다’ 그런 사람도 있죠?

- 통제 안 되는 애들 많아요(웃음). 진짜 많아요. 난 보통 녹화를 하면 두 시간 반, 세 시간밖에 안 해요. 패널로 나온 사람들이, 내가 한다고 하면 바로 나와. 빨리 끝내니까. “어, 너 몇 시에 가야 되는데?” “저 두시 반에는 가야 되는데요” “알았어” 그러면 딱 맞춰서 끝내줘요. ‘무릎팍 도사’ 나갔다가 기절할 뻔했어요. 녹화를 여섯 시간 하더라고.

정기자 여섯 시간 찍고 30분 나갔죠. 그래서 진을 뺀다고 하셨구나.

제 것도 통으로 다 내보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내가 좀 잘라달라는 부분이 있었죠. 그 때, 영화 얘기 하다가 울었어요. 너무 부끄러운 거죠. 뭘 울어, 무슨 큰일 한다고. 그래서 제발 좀 편집해달라고 그랬죠.

내가 오래 해야 후배들도 오래 하죠

언제부턴가 ‘규라인’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예능계에 이경규만 한 권력자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 현장에는, 이경규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없다. ‘구봉서 선생님’과 함께 연기했던 사람은 그뿐이다. “이경규, 왜 오래 가는가”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장기자 말씀하시는 성향이나 평소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미뤄 봐도, 후배들을 챙기실 것 같지는 않은데 ‘규라인’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와요. 잘 챙겨주시나요?

많이 챙겨주죠. 술도 한잔씩 하고. 녹화 끝나면 조언을 많이 해주죠. 내가 오래 해야 지들도 오래 할 거 아닙니까(웃음). 재석이도 만날 “형님이 오래 하셔야 되는데” 그래요. 오래 하게 될 겁니다.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방송 환경이 일본이랑 비슷하잖아요. 제가 유학할 때 나오던 사람들이 지금도 나오고 있어요. 우리도 10년 전에 강호동, 유재석 있었잖아요. 지금도 나오고 있고. 그 세대가 그대로 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기자 이경규씨 앞 세대는 끊긴 것 같네요.

- 그렇죠. 홍렬이형, 세원이형 방송 활동 거의 안 하시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옛날에 비해서 버라이어티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너무 관심이 많아(웃음). 그냥 즐기면 되지, 분석을 하고 막. 그놈의 인터넷 그거 폭파시켜야지. 아마추어들이 나를 분석해놓은 것을 보면 기가 막히더라니까. 분석도 맨 그런 거야. “왜 이 사람은 오래 하는가” 오래 하거나 말거나(웃음).

정기자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보이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한 30%는 본인 성격이 들어 있겠죠. 저 실제로는 별로 ‘버럭버럭’ 하지 않아요. 카메라 돌면 조금 ‘쇼’ 하고 그러는 거지. 방송에서는 애들 막 발로 차고 그러는데, 실제로 그러겠어요? 지금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자꾸 내세우니까, ‘`리얼로 하니까 실제로도 저럴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장기자 ‘저 녀석 조만간 치고 올라오겠는데’ 그런 느낌, 혹은 ‘나랑 닮았다’고 생각하는 후배는요?

잘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PD들한테 추천을 많이 해줘요. 작년에는 (김)구라를 많이 추천했죠. 새로운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지금 잘하고 있어요. 약간의 독설과 막말. 아무나 못하는 거거든요. 워낙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았고, 인터넷에서의 습관, 그런 것들이 자유스럽게 몸에 배어서 나오는 거죠. 일부러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장기자 요즘 가수들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하고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서로 도움이 되죠. 그리고 본인들이 먹고살겠다고 하는 것을(웃음), 그거를 뭐 그렇게 가수라고 뭐라고 하고 그건 안 되는 거죠. 그럼 나는 개그맨인데 왜 영화하겠어요. 그랬으면 강호동이도 방송 안 시켰죠. 씨름 하는 애를 뭐 하러 이걸 시켜요, 씨름 하면 되지. 스포츠 하는 사람들이 연예계로 많이 오는 환경이 올 거라는 걸 예측하고 있었어요. 그걸 강호동이 제일 먼저 했죠. 후발로 했으면 잘 안 됐을 가능성도 있었어요.

정기자 요즘의 강호동씨는 어떠세요?

잘하고 있어요. 결혼할 때 고민 많이 했어요. 결혼하면 ‘X맨’ 같은 것도 못해요. 아무래도 여자 이야기는 좀 삼가게 되고, 소재가 줄어들죠. 한창 연예인들 ‘접붙이기’ 많이 했잖아요. ‘러브 라인’ 같은 거, 유부남은 못하잖아요. 결혼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잃어버리죠.

정기자 이경규씨 결혼하실 때는 어떠셨어요?

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웃음). 요즘에 구라 아들 보면 그 생각이 많이 들어요. “우리 딸이 다 한 건데 저거. 옛날에 다 한 건데 구라 아들이 하는구나.”

장기자 예림이가 그때를 기억하나요?

전혀 기억 못해요. ‘라인업’에서 자꾸 나와달라고 그러는데, 지금 중 2라 얼굴이 알려지면 생활이 불편하잖아요. 본인도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 같아. 광고도 하자고 들어오는데, 안 찍어요. 돈 많이 주면 하는데(웃음).

장기자 예림이가 방송에 관심을 갖고 있진 않나요? 소질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소질은 잘 모르겠어요. 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집에서는 조용히 있지만 밖에서는 어떤지 모르잖아요. 저는 크게 될 것 같으면 시키고, 대충 뭐 되겠다 싶으면 안 시키려고 해요. 모 아니면 도니까요. 각박해요 이 바닥은. 우리는 그런 거 다 경험했잖아요.

스스로 새로워진다는 것, 정말 어렵죠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의 방송을 보고 웃었던 건 일본 유학 시절 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팬(fan)의 입장이 됐고, 자신이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다고 느꼈다. 지금도, 권태를 느낄 때는 그때의 마음을 생각한다.

장기자 방송 감각은 타고나는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타고나야겠죠. 버라이어티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거기서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의 감각은 필요하죠. 노홍철이 어디 연습했겠어요? 학원 다녔겠어요? 걔는 그냥 자체가 ‘노홍철’이잖아요. 그런 걸 보면 70%는 타고나는 거고, 30%는 기술을 익히는 거죠. 테크닉과 메커니즘을.

정기자 그럼 이경규씨가 습득한 것은 뭔가요?

습득한 것은 그런 거죠. ‘이렇게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아할 것이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에 관광객으로 놀러 갔어요. 그때 스페인하고 2:2로 비기는 것을 보고 “아, 이거 프로그램으로 만들면 대박이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1998년도에 프랑스 월드컵을 갔어요. 그때 축구가 작살이 났잖아요. 잘 안 됐어요. 하지만 반향은 있었죠. 그때 노하우를 가지고 2002년에 대박을 했잖아요. 축구장 뒷이야기가 참 재미있단 말이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이걸 전달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런 것은 학습의 효과가 있는 거죠.

정기자 계속 새로운 걸 찾는 삶은 힘들 수밖에 없죠. ‘내가 서 있는 무대가, 지겹다’ 그런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다시 외국 나가서 TV를 봐요. 지금 한국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은 내가 거의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니까 TV를 봐도 직업적으로 봐요. 전혀 안 웃어요. 일본에서 유학할 때 TV를 보니까, 나는 그 사람들을 모르잖아요. 그런데 내가 매일 보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나오면 그냥 좋아. ‘`아, 이래서 팬이라는 사람들이 생기는 거구나’ 그걸 처음으로 느껴봤어요.

정기자 처음으로 타자(他者)가 돼서 보신 거죠.

그렇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 부러워요. MC 같은 사람들. 부러워. 그런데 내가 지금 그걸 하고 있단 말이죠. 한국에 있을 때는 그게 부러워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몰라요. 잊어요. 직업이니까. 그래서 가끔씩 일본 가면 TV 보면서 그런 마음을 자꾸 되새기죠. 방송은 행복한 거다. 오래 해야지. 그런 마음.

장기자 스스로 새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요?

스스로 새로워진다는 것이 정말 어렵죠. 하지만 나를 믿는 것. ‘내가 오늘 잘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잘해야 되는데, 뭘 하지? 웃겨야 하는데’ 그럼 잘 안 떠올라요. 그러다 ‘모르겠다, 잘하겠지 뭐’ 하고 올라가면 또 잘하고 있어. 이렇게 나가는 거죠. 가수라든지, 악기를 다루는 분들, 국악 하시는 분들. 수십 년간 했기 때문에 달인의 경지에 올라 있잖아요. 뭔가 남는 게 있고. 그런데 우리는 남는 게 없어.

정기자 최근 이경규씨를 보면서 ‘예술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예술가의 자세라고 생각했죠.

요즘은 많이 생각해요. 어디 앉아 있는데 “뭐 좀 보여주세요” 그러면. 악기 다루는 사람은 음악을 들려주고, 가수는 노래 부르는데, 우리는 뭘 해야 되는 걸까. ‘혼자서 하는 스탠딩 코미디를 한번 해볼까’ 혼자 한 시간을 떠들 수 있을까. 한 주제를 가지고. 그런데 그것도 다 비슷한 것 같아. 예를 들어 황수관 박사님은 ‘건강’을 가지고 웃기잖아요. 구성애 선생님은 ‘성(性)’을 가지고 말씀하시고, 장경동 목사님은 기독교가 소재고. 우린 포인트가 없어요. ‘`이걸 몇 십 년 했는데, 이렇게 남는 것이 없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정기자 하지만 이경규의 진행, 이경규의 코미디에는 ‘이경규’가 있잖아요.

있죠. 하지만 개인에게는 없어요. 프로그램을 떠나면 아무것도 없어요. 우리한테는 프로그램이 남는 거예요. 뽀빠이 이상용 아저씨는 수첩에 레퍼토리 한 2천 개를 적어 다녀요. ‘방앗간’ 하면 방앗간 얘기 딱 하고. ‘그걸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다 뻔한 얘기야.


장기자 이경규만의 테마를 찾고 싶은 거군요.

그렇죠. 테마를 찾아야 하는데, ‘웃으며 삽시다, 웃기는 방법’ 이거는 아닌 것 같아(웃음). 그렇다고 부부생활을 행복하게 하는 것, 이것도 아니야. 아니야. 예전에 김밥 장사 할 때는 제가 웃겼어요. 사업설명회 하면 제가 한 시간 동안 강의하잖아요. 내가 김밥 가지고 한 시간 동안 떠들었는데 무지하게 웃겨요. 그건 ‘`내 거’거든. 장사하는 방법, 그런 거.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하죠.

우리는 놀잖아요, TV에서 보면 만날 놀잖아

인터뷰 중에도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것, 이경규만의 것을 찾는 작업은 따로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웃음은 순간의 쾌락이고, 전파는 기록되지 않는다. 이경규는 쉬지 않는다. 나훈아의 기자회견에서는 그가 말했던 열정과 꿈만 보였다.

장기자 하루 중에 ‘이건 내가 쉬는 시간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다’ 이런 시간은 없으세요? 완벽하게 혼자.

그런 거 없어요. 전 자요 그냥. 낮에도 자고.

장기자 ‘지금의 이경규’를 만드는 데 아내의 몫은 얼마나 될까요?

그런 거 없어요(웃음). ‘마누라 덕분에 잘됐다’는 말들 내가 볼 때는 약간 접대성 멘트예요. 그런데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쉴 곳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죠. 저번에 ‘라인업’ ‘산사에 가다’편 촬영 때 주지스님이 저한테 물었어요. “결혼이라는 것은 어떤 겁니까?” 그래서 제가 이런 얘길 했어요. “주지스님도 밖에 있으면 절에 돌아오고 싶지 않습니까?” 아, 그렇대. “저도 밖에 있으면 집에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주지스님, 절에 오래 있으면 절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까?” 아, 맞대. “저도 그렇습니다” 그랬더니 이해를 하시더라고요(웃음). 자꾸 ‘이경규 오래간다’는 얘기가 들리는 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는 대중의 곁을 떠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가 주는 웃음에는 긴장이 가신 적이 없다. 우리는 당대 최고의 감각과 연륜을 보고 웃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이제 그리기 시작한 ‘꿈의 그림’은, 아직 멈출 때가 아니다. ‘사오정’ ‘오륙도’ 이런 것들 많잖아요. 어느 정도 나이 들면 “오래 했다. 적정기가 됐다. 은퇴를 해야 한다” 그런 말들. 사실 그런 건 없죠. 이번에 나훈아씨 보면서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남자가, 60이 넘은 분이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과 스캔들이 나고. 내용이 어떻든 간에 말이죠, 사람이 저렇게 열정적으로 살 수 있구나. 나훈아씨가, 꿈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렇죠? 그런 맥락은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그렸던 꿈의 세계, 그것을 지금 그려가는 중이니까, 멈춘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느 정도 되면 딱 접어버리고, 식당에서 일을 하든지 아니면 낚시터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낚시를 매일 하고. 그렇게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정기자 사람들은 코미디 하는 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죠.

어딜 가도 나를 웃겨주는 사람은 없잖아요. 가수는 만약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걸 노래로 부르면 또 폼이 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면, ‘저 새끼는 배알도 없는 새끼야 저거. 뭐야 저거’ 그런 사고가 많아요. 그런 면은 어렵죠. 그래서 후배들한테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어려운 일 생기면, 그것을 승화하거나 그러지 마라” 그냥 사는 거지, 그걸 가슴에 담고. 뭐 ‘슬픔이 있지만 웃겼다’ 뭐야, 그게. 그냥 시키면 웃기는 거지. 그렇게 의미를 두면 안 돼요. 난 그렇게 생각해요. 가수들은 노래 부르면 멋있잖아요. 우린 안 그래요. 직업적 으로 다른 측면이 있죠. 우리는, 놀잖아요. TV에서 보면 만날 놀잖아요.

정기자 그렇게 보이는 거죠.

집에서 나갈 때, “아빠 녹화하러 간다” 그러는데 집에서 예림이가 TV 보면 농담하면서 놀고 있잖아요. 비치는 모습이 그래서 인 것 같아요.

정기자 혼자 가시는 것 같아요. 외로워 보여요.

이제는 녹화장 가면 제가 나이 제일 많잖아요. 제작진, 연기자 다 합쳐도 제가 나이 제일 많아요. 챙겨야 하는 것도 많고 책임도 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죠. 녹화하기 전에 애들 모여서 시시덕거리고 하잖아요? 쭉 모여 있는데 내가 딱 가면 다 나가(웃음). 그리고 일단 한번 일어서잖아요. 그런 거 별로 안 좋은 것 같아. 자꾸 사람을 외롭게 만들어요. 대기실에도 나 혼자 앉아 있고 말이야.

장기자 일종의 ‘권력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규라인’의 실체(?)가 뭔가요?

뭐, 나하고 친한 애들이죠. 그것도 그렇게 말을 하니까 있는 거지. 실체는 없어요. 전화도 제대로 안 하는데 무슨(웃음). 권력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정기자 영화사 직원은 아직도 한 명뿐이세요?

고정비 많이 나가니까(웃음).

정기자 이거 보세요, 외로우시다니까요.

외롭죠. 약간 외로워야지 사람이 힘을 얻습니다. 배가 고파야지 밥도 맛있잖아요. 어느 정도의 외로움은 가지고 있어야지. 털어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거죠. 가난한 애들이 잘 웃기잖아요. 돈 많은데 뭐 하러 웃겨, 얼굴 잘생겼는데 왜 웃겨요. 잘생긴 애들 중에 노래 잘하는 애들 별로 없어요(웃음).

다큐멘터리에 호랑이가 나오면, 밤새 봅니다

결국 꿈 때문이었다. 새로운 컨셉트의 프로그램도, 독한 진행도, 영화도 마찬가지다. 쉴 틈은 없다. 이런 삶은, 꿈꾸는 게 쉬는 거다. 그리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낭만. 그가 이소룡을 사랑했던 것처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이경규만의 욕심이 아니다.

장기자 예능인으로서 탐나는 외모가 있다면요?

(유)재석이 보면 얼굴 참 선하게 생겼잖아요. 그런 얼굴 좋은 것 같아요. 우리는 사납잖아요. 독하고 뭔가 확 물어뜯어야 살고. 항상 독기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런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김)용만이, 선하잖아요. 그래서 날로 먹잖아요(웃음). 선한 외모들 보면 부러워요. 편안한 프로그램은 용만이나 재석이가 하잖아요. 우린 편안한 게 안 들어 와. 뭔가 독하고, 서로 끌어내리고. 아, 편안한 거 하나 있구나. ‘전파견문록’ 그건 애들이랑 했죠.

장기자 애들한테도 독하게 하셨잖아요(웃음).

그렇죠. 독하잖아요. 애들 앉혀놓고 막 사람 놀리고 그러잖아요(웃음).

장기자 댁에서 고양이랑 개를 여덟 마리나 키우던데, 누가 키우세요?

전 원래 짐승을 좋아해요.

정기자 어떤 짐승을 보면, 참 ‘나 같다’고 느껴질 때가 있죠.

호랑이 좋아하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호랑이만 나오면 정신없이 봐요. 밤새도록 봐요. 그 외로움. 확! 물어뜯고, 목 물어뜯고 달려가는 거. 프로그램을 해도 이거 대박 확! 나게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그게 힘들어요.

정기자 ‘이경규, 내 인생의 대박’이라면?

프로그램 좋은 거 많이 맡은 것. ‘양심냉장고’ 같은 거. 프로그램들이 저한테는 대박이고, 개인적으로는…. 아, 우리 딸이 예쁘게 태어난 것. 그거 대박이고(웃음). 부모님에게 건강 물려받은 거. 그것도 대박이죠.

정기자 결국 ‘꿈’ 때문에 힘들게 사시는 거죠, 이경규씨는.

제가 전에 직장인 상대로 강의하면서도 그랬어요. 웬만하면 꿈을 갖지 마라. 진짜 피곤하다. 꿈을 좇아서 사는 건요, 정말 힘들어요. 좌절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말이 좋지 자신을 학대하는 거예요. 꿈을 가지면, 대단히 힘든 일이 많이 생겨요. 방송 스케줄 마치고 영화사 가서 시나리오 쓰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아. 그냥 ‘헬렐레’ 하면 좋아(웃음). 그래도, 꿈은 갖고 살아야죠. 올해 마흔아홉인데. 5, 6년 후에 감독하겠다는 꿈이 있어요. 그걸 위해서는 방송을 더 열심히 해야 해요. 지칠 틈이 없죠. 또 버라이어티 일선에서 가장 오래 하는 코미디언으로 남고 싶어요. 영화감독을 한 번 해서, “저 친구 감독 참 잘하네” 그렇게 인정받고 싶고. 그런 것이 힘인 것 같아요.

장기자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세요.

한번 좋아했잖아요, 그럼 영원히 좋아하세요. 중간에 바꾸고 그러지 말고(웃음). 같이 늙어가는 거니까, 옛날에 좋아했던 것을 계속 좋아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인생이 행복한 거죠. 새것 나왔다고 확 달라지고 그러면, 남는 게 없어요(웃음). 일본에 이시하라 유지로라고 있어요. 탤런트 겸 가수죠. 홋카이도 오다로에 가면 그 사람 생가(生家)가 있어요. 역에 내리면 그 사람 노래가 나와요. 그 사람 죽은 날은 와인이 20만 병이 팔려요. 그 사람이 와인을 좋아했대요. 팬들이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 사람이 죽은 날 같이 와인을 마시는 거죠. 멋있지 않아요? 우리는 활동 안 하면 그냥 끝이야. 아웃이에요(웃음). 그 나라 사람들은 와인이 20만 병씩 팔릴 정도로 그 사람을 못 잊는 거거든요. 그렇게 살아가는 것, 행복하잖아요. 낭만을 갖고 있어야 되는 거예요. 예능인들은 웃음을 주는 게 직업이다.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세를 낮출수록 유리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알 때도 됐다. 좋아하면서 무시하는 이상한 이중성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복수혈전’은 오랫동안 웃음거리였지만 이경규의 꿈을 꺾지는 못했다. “열정이 사라지는 게 가장 두렵다”는 예능인의 삶의 자세를 감상하는 행운은,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진행 / 장회정 기자&정우성 기자 글 / 정우성 기자 사진 / 원상희 장소 협찬 / 카페 무(mu)(02-783-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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